나는 봄비를 맞고 있습니다

1. 맞고 요즘 피곤함을 강하게 느끼는 시간에는 왁스 인장을 만든다. 왁스 인장을 녹이면서. 오랜만에 색을 보며 일차원적인 기쁨에 젖어드는 경험을 했다. 색들이 불규칙하게 섞이면서 예기치 못한 변화를 가져온다. 그걸 바라보는 고요함이 맞고 얼마나 즐거운지 !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다. 예전에 하던 칠보(에나멜)과 꽤 비슷한 구석이 있다. 맞다. 내가 칠보를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지. 그걸 아꼈던 이유도, 그리고 그걸 끊어내고 버린 이유도 분명했다.​물밀듯이 맞고 미움과 회한이 몰려왔다. 여러모로 여러가지를 여전히 용서하지 못한 것이다. 소화해내는데는 더 시간이 걸린다. 나는 맹목적인 무지와 오만이 견디기 힘들었다. 신기하게도 자신의 신념만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그들은 맞고 한데 모여있기 때문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전혀 없다. 너무도 안전히 막혀있기 때문에. ​말을 줄이고 내가 며칠 전 움베르트 에코 을 읽고 노트해놨던 부분을 덧붙인다. 자신의 신념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어리석음을 맞고 경계하자고. ​​2. 당시의 고통이 지금 돌이켜보면 불필요한 것처럼 여겨질지라도, 그 순간 그것은 내 전부였다. 그렇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한참 전에 봤던 홍상수 감독의 ;의 맞고 제목을 이해하는 시기가 됐다. 다른 하늘 아래에서. 그러니까,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명제를 더욱 소중히 붙든다. ​3. 모든 경험은 깊이 스며들어, 더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소설을 쓰기 맞고 시작한지 3주가 됐다. 초고이고 아직도 기승전결의 기의 단계에 그친 정도의 분량이지만 글을 쓰면서 즐겁고 기쁘고 자유롭다. 나랑 있는 시간이 편안하다. 안전하고 익숙한 어떤 형태로던지간의 ‘집’을 떠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맞고 프랑스에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프랑스에서의 시간들이 내 작품에 깊이 배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4. 밤에 잠을 자는 것과 아침에 일어나는 것. 둘 다 기다려지는 일과가 됐다. ​​​